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 저가 수주 경쟁…하청업체로 피해 낙수효과
2018년 공정위 고발 후 지지부진한 보상…몸도 마음도 떠나버린 하청업체들
7000억 손해배상...남아 있는 하청업체 '다음은 내 차례' 갈등 불씨 남길 것

조선소 전경. 사진=대우조선해양
조선소 전경. 사진=대우조선해양

[뉴스워치= 김성화 기자] 대우조선해양과 하청노조 간 협상이 파업 51일 만에 극적으로 타결됐다.

아직 불씨는 남아 있다. 언론에 따르면 잠정 합의문에는 임금을 평균 4.5% 인상하기로 돼있다. 지난 불황 기간 동안 깎인 30%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문제를 해결하고 장래에 이와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기 윈해선 과거 실타래부터 풀어야 하는 게 순서다. 단순히 숫자 차이로 갈등이 깊어진 건 아니다. 지난 조선업 불황 시기 대우조선해양과 하청업체 간 깨져버린 신뢰도에 기인하고 있다.

지난 2019년 대우조선해양이 불법 하도급 문제로 국정감사에 출석하기 전인 2018년 12월, 공정거래위원회는 대우조선해양을 하도급법 위반으로 108억원 과징금과 함께 검찰 고발 조치를 취했었다. 당시 공정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2016~2019년 대금을 미리 협의하지 않고 91개 사내 하도급업체에 1471건의 수정·추가 공사를 맡겼고, 공사가 끝난 뒤 원가에 못 미치는 수준으로 책정해 지급했다. 공정위는 “하도급 업체들이 총 12억원 가량의 손해를 봤다”고 덧붙였다.

또 공정위는 대우조선해양이 사외 하도급업체 194곳에 고객 요구나 설계 변경 등으로 인한 손실을 일부 떠넘겼으며, 미리 발주한 부품이 필요 없어지면 발주를 일방적으로 취소하거나 변경하는 등 임의로 취소하거나 변경한 제조 위탁 건수는 11만1150건에 달한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30%라는 숫자는 조선업 불황 시기 이루어진 위기의 낙수효과가 자리잡고 있다. ‘불황 속 수주경쟁이 부른 위기. 국내 조선업계, 또다시 겨울의 시작!’, ‘"배 만들수록 손해"…저가수주 부메랑 맞은 조선소’. 지난 2015년과 2016년 언론에서 조선업계 저가수주 위험을 지적했던 기사 제목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조선업계에 불황이 찾아오자 대형 조선사는 해양플랜트 사업에 진출했다. 하지만 실리는 그리 크지 않았다. 2008년 10조원이던 대우조선해양 매출액은 2015년 15조까지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2011년 9671억원을 마지막으로 2016년까지 적자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부채도 13조원에서 한때 18조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특히 2016년 해양 및 특수선 사업 부문은 매출액이 5조원이지만 매출총손익은 10조원을 기록하며 적자에 크게 한몫했다.

2015년 에너지경제연구원은 “해양플랜트 고유 특성에 따른 많은 변수와 엔지니어링 역량의 부족 이외에도 과도한 경쟁 및 저가 수주도 손실의 한 요인으로 지목된다”며 “상선 건조부문의 매출 감소를 메우기 위해 국내 조선사 간 과도하게 낮은 가격에 수주 경쟁을 벌여 손실 규모를 키운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고 말했다.

조선업 하청업체들은 대부분 전속거래를 행하고 있다. 타업체와 계약을 맺고 있다고 하더라도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을 계약하는 식으로 조선업에 머물러 있다. 대형 조선사에서 수주를 따내기 위해 행했던 저가 수주는 고스란히 하청업체가 떠안았다. 최근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소속으로 8년 일한 노동자가 연장·휴일근로 등을 합해 한 달 264시간을 일하고 받은 돈은 241만원, 최저시급이다. 연봉으로 보면 2892만원이다.

지난 2019년 국정감사를 앞두고 취재차 만났던 하청업체는 "2016년 2월 폐업하기 전부터 직원 임금을 절반 밖에 주지 못했던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매달 받는 공사비가 임금보다 적으니 대출로 메웠지만 결국 도산해버렸다"고 얘기했다. 하청업체는 당시 공사비만큼, 또는 사업장을 운영할 수 있도록 4대보험 체납액을 낼 수 있는 만큼만 보상을 해줘서 사업을 이어갈 수 있길 바라고 있었다. 취재 당시 건강보험공단은 보험료를 미납한 하청업체에 대해 압류조치와 고발조치를 취하겠다는 통지서를 보낸 상태였다.

대우조선해양은 하청업체는 보지 않고 치부를 가리기에 급급했다. 올해 2월 서울중앙지법은 고재호 전 사장과 김갑중 전 최고재무책임자(CFO)에게 대우조선에 850억여원을 공동으로 지급하고, 김 전 CFO가 별도로 202억여원을 추가로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고 전 사장은 지난 2014~2016년 사이 이루어진 분식회계를 한 혐의로 2017년 징역 9년 형을 확정 받았다. 2012∼2014년 회계연도에 매출액을 과대 계상하고 자회사 손실을 회계에 반영하지 않았으며 2013∼2015년 약 21조원의 사기대출을 받고, 임직원들에게 4960억원에 달하는 성과급을 지급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고 전 사장은 2013년부터 2015년까지 3년 동안 상여금으로만 총 7억8000여만원을 받아갔다. 2015년에는 퇴직금까지 더해 21억5400만원을 살뜰하게 챙겨갔다. 앞서 말한 하청업체가 체불한 보험료가 3억원이었다.

또 대우조선해양은 하청업체 처우 개선보다는 공정위 처분에 대한 행정소송에 힘을 썼고, 소송은 아직까지 진행중이다. 그러는 사이 대우조선해양은 수주를 이어 갔지만 하청업체들은 조선업을 떠나거나 폐업해 버렸다.

그런 점에서 대우조선해양이 하청노조 파업을 두고 말이 나오고 있는 손해배상에 대해서도 30%가 아닌 4.5%로 합의한 취지를 살릴 수 있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이번 합의 전 대우조선해양은 손해배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으며, 그 금액은 약 7000억원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두고 불법 파업인지, 정당한 손해배상 청구인지 가리는 재판마저도 다시금 갈등을 불씨를 키울 수 있다.

조선업계 불황으로 떠나버린 하청업체들을 살린 건 대우조선해양이 아닌, 마침 설비투자를 늘려가고 있던 반도체 업계였다. 조선업 인력난은 불황 당시 받은 대우에 실망하고 반도체 업계로 인력들이 떠나버린 이유도 있다. 현재 남아 있는 하청업체들은 그럼에도 지금까지 남아 있는 곳들이다. 그런 하청업체에게 ‘다음은 내 차례다’라는 생각을 심어 준다면 이번과 같은 일은 얼마든지 반복될 수 있다.

김성화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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