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칼럼] 일본에도 추석은 있습니다. 바로 일 년에 한 번 저승으로 떠난 조상님이 집으로 이승 나들이를 한다는 ‘오봉(お盆,おぼん)’이 그것입니다. 오봉은 산스트리어 ‘우람바나(ullambana)’에서 유래하는 말을 우란분경(盂蘭盆経), 일본식 발음으로 ‘우라본쿄(うらぼんきょう)’라는 한자로 표기한 것이지요. ‘우라본쿄(うらぼんきょう)’에서 우라본(盂蘭盆,うらぼん), 그리고 오봉으로 변한 거라고 합니다.

오봉의 가지와 오이 장식
오봉의 가지와 오이 장식

‘우람바라’, 즉 ‘우람분경’의 우람은 손발을 묶어 거꾸로 매달린 몸을 바르게 세운다, 바라는 공양을 담은 그릇을 의미한다고 하는데, 불교에서는 8월 14일(음력 7월 15일)을 백중 또는 우람분절이라 하여 조상의 명복을 기원하고 공양하는 날로 정하고 있습니다. 어느 날 석가의 열 명의 제자 중 한 제자의 어머니가 죽은 후 아귀도에 떨어져 석가에게 구원을 요청하자 석가는 같은 고통을 지닌 자를 구하라고 말씀하였다고 합니다. 하안거가 끝나는 음력 7월 15일에 그 제자가 수행하는 승려들에게 먹을 것과 마실 것을 주자 그 공덕으로 어머니가 아귀 계에서 벗어나 극락왕생하였다고 합니다.

우리는 1년 중 가장 큰 보름달이 뜨는 음력 8월15일에 1년의 농사에 감사하는 추수 감사의 제사를 지냈던 것에서 유래하지만, 일본은 불교 행사의 하나로 행해졌습니다. 근대화되기 전에는 음력 7월 15일, 백중날을 조상이 집으로 돌아오는 날로 지냈는데, 근대 이후 모든 절기를 음력이 아닌 양력으로 지내게 되면서 일본은 8월 15일을 일본의 추석, 즉 오봉으로 정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일본은 우리처럼 하루만 지내는 것이 아닌 8월 13일부터 8월 16일까지를 4일간을 오봉 기간으로 지내는데 그건 조상님이 집으로 돌아오고 또 돌아가는 시간을 충분히 드리기 위해서입니다.

일본은 우리처럼 제사는 지내지는 않고 성묘만 하는데, 오봉에 오이나 가지를 젓가락에 꽂아 말과 암소의 모양을 만들어 장식합니다. 모든 지역에서 다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풍습은 저승에 계신 조상님(ご先祖様)의 영혼이 말을 타고 빨리 돌아왔다가 갈 때는 소를 타고 천천히 돌아가길 바라는 소원을 담은 거라고 합니다.

오봉의 대표적인 행사로 무카에비(迎え火,むかえび)와 오쿠루비(送り火,おくりび)가 있습니다. 무카에비(迎え火)는 8월 13일 저녁에 집으로 돌아오는 조상의 영혼이 길을 잃지 않도록 피우는 불을 말합니다. 주로 대문 밖이나 현관, 혹은 무덤에서 불을 피우는데, 마의 껍질인 겨릅대(オガラ)를 도자기 냄비(焙烙) 위에서 태우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아파트처럼 불을 피울 수 없는 경우에는 등불을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어떤 지역에서는 무덤에서 집까지 등불로 길을 밝혀주는 곳도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오쿠루비(送り火)는 오봉 기간 이승에서 며칠을 지낸 조상님의 영혼을 보내드리는 행사로 8월 16일 저녁에 행해집니다.

언제부턴가 아이들은 추석을 기다리지 않습니다. 설날과 달리 세뱃돈을 받는 것도 아니고, 한 살을 더 먹는 것도 아닌 추석은 그냥 가을에 길게 주어지는 연휴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추석이라는 행사 자체가 농사를 업으로 하고 살았던 시대에 생겨난 절기로, 대형마트에 가면 언제든 각종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살 수 있는 오늘날의 기준으로 보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추석은 서양의 추수감사절이 아닌, 그리운 어머니 아버지의 영혼이 가족들을 만나러 집으로 돌아오는 소중한 날이라는 점을 꼭 기억해야 할 겁니다.

최유경 교수
최유경 교수

◆ 프로필

◇ 이화여자대학 졸업

◇ 오사카부립대학원 박사학위 취득

◇ 서울대, 성균관대 등 다수대학에서 강의

◇ 서울대인문학연구원, 명지대 연구교수, 학술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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